경주 여행을 간 김에 양동마을을 들렀습니다. 가을 여행으로는 양동마을이 딱이죠!
다른 계절이 좋지 않다는 건 아닌데...마을에 그늘이 없어 여름에 가면 아주 힘들어요.
10여 년 전 즈음 양동마을에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그땐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지 얼마 되지 않아 구경하기도 어렵고 볼 것도 없었다는 기억이 있었어요.
최근 한옥에 특히나 관심이 많아진 사람으로서 양동마을을 놓칠 수 없어 나름 기대(?)를 안고 다시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주차장은 아주 넓습니다. 평일에 가서 더 넓게 느껴졌는지 모르지만, 주말에도 주차걱정을 할 필요까진 없을 것 같아요.
양동마을 입장시 관람 요금이 있습니다.(마을 관람 요금표)

처음에는 4천 원이나 4천 원이나 달라기에 뭐가 있길래 4천 원이나 받아! 하고 기겁했습니다.
그래도 일단 여기까지 보러 왔으니 관람료를 내고 입장! 돌아 나오면서 관람료가 아깝지 않은 기분이었습니다.
한옥 및 전통 마을을 좋아하고 걷기 좋아하는 분이면 정말 강추 여행 코스예요.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면 양동마을 문화관이 있습니다. 한 번은 둘러보고 마을에 진입해도 좋을 곳이었어요.
양동마을을 제대로 구경하려면 양동마을 해설사분과 함께 도는 게 정말 좋습니다.

정각에 시간을 맞춰 들어가면 해설사분이 해설을 해 주시는데, 그냥 돌아다니는 것보다 양동마을을 200% 이상 즐길 수 있어요. 설명도 꽤 재밌습니다. 한옥마을에 관심이 많으신 분이면 더욱더 재밌게 들을 수 있을 거예요.
해설사분이 마을 자랑하는 것을 듣는 것도 재미가 쏠쏠합니다.

시간이 조금 애매하게 도착해서 마을 입구 슈퍼 근처에 시간을 보냈습니다. 여기 식혜(단술)가 참 맛있어요(3000원).
그런데 손종로 정충비각으로 해서 관가정으로 올라가는 길에 식혜를 파는 가게가 하나 더 있던데, 거기가 500원이 더 저렴했어요.
마을 입구 식혜는 자리값 500원이 추가된 느낌...

유독 새파란 하늘이 반겨주는 날이었습니다. 저땐 가을 초입이라 살짝 더웠어요.
오랫동안 부산에서 살아서 그런지 모르지만, 언덕라인(?)이 보이는 마을이나 집이 신기합니다.
삐죽삐죽 솟은 산들 속에 지어진 아파트가 익숙한 부산에서 자그마한 언덕 주변으로 집이 있는 모습을 보니 어쩐지 감동이었습니다.
같은 한국이지만, 어쩐지 한국 같지 않은 모습이었어요.
저 전통적인 스카이라인이 정말 좋습니다.
사진의 언덕 왼쪽 기와 건물이 관가정이고, 정면의 기와 건물이 손종로 정충비각, 오른쪽의 으리으리해 보이는 큰 기와집이 향단입니다.
관가정은 집주인 어르신이 개방을 해주셔서 구경할 수 있고, 향단은 개방해주지 않는다고 합니다.
향단은 조선시대 왕이 지어준 99칸 집이라는데, 개방을 해주시지 않아 구경할 수 없어 아쉬웠어요.
해설사님 말론 6. 25. 전쟁 당시 인민군 기지로 쓰여 폭격당한 뒤 일부가 사라져 복원 중이고, 구조적으로 많은 사람이 보기 위험해서 개방해주시지 않는다고 합니다.
관광객으로썬 좀 보여주시지...하는 마음만이 가득하네요.

관가정을 보러 길을 따라 올라가면 번개 맞은 나무가 있습니다.
위 사진의 왼쪽 나무가 번개 맞은 나무예요. 가까이서 보면 신기하게도 안쪽면은 죽은 나무인데 바깥면은 생생한 상태입니다.
벼락 맞은 나무는 귀신 쫓는 힘이 있다던데, 은행나무도 번개 맞으면 그런 힘이 있을까요?

양동마을에는 보여주지 않는 건물이 꽤 됩니다. 어르신들이 계속 살고 있기도 해서 개방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관가정은 집주인 어르신이 정말 큰 마음을 먹고 개방해주신 곳이라고 합니다.
자신은 집 문 열어주는 사람이다~라고 하며 아침 일찍 문을 개방해주시고 관광객이 떠나가면 문을 닫으신다고 하네요.
양동마을의 관광을 책임지시고 있으신 듯!
경주 양동마을은 여강 이씨가 살고 있었는데, 풍덕 류씨 한분이 여강 이씨의 처녀와 결혼하여 함께 살게 되었고, 풍덕 류씨는 딸 한명만 두었는데, 그 무남독녀가 경주(월성) 손씨와 결혼하여 현재 이씨와 손씨 집성촌이 되었다고 합니다.
남자가 원래 자기가 살던 곳을 떠나 처가로 이사 간 것을 보면, 그 당시는 그렇게 남성우월적인 분위기가 아니었나 봐요.
류씨와 손씨 분들은 처가에 들어와서 눈치를 많이 보고 살았을지 궁금하네요.

위 사진은 관가정 건물인데, 관가정은 경주 손씨 집안의 집이라고 합니다.
집에서 동쪽으로 내려다보면 넓은 논이 보입니다.
제가 이 집안사람이었다면, 넓은 논을 보면서 마음이 든든해졌을 것 같아요.
조선시대 손씨나 이씨라고 상상하며 내려다보니 새삼 부러워지네요. 역시 예나 지금이나 소출 잘 나오는 부동산...

관가정을 뒤로하고 언덕으로 가는 길을 따라 걸으면 주변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습니다.
나무 아래 의자에 앉아 넓은 논을 바라보면, 양동마을에서 왜 과거 급제자가 많이 배출되었는지 상상하게 합니다.
지금도 공부에 돈이 많이 드는데, 옛날에는 더 했을 것 같아요.
아, 학자금 대출 갚을 길이 요원합니다...


양동마을은 90분 정도 돌아봤던 것 같아요.
바람은 시원한데 유독 햇살이 따가웠던 날이라 더 이상 돌지 못하고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무첨당이라거나 서백당 건물도 그 속에 담긴 역사와 이야기가 많다던데, 하필 가는 날이 장날이라 해설사분도 20분 해설해주시고 다른 일정 때문에 떠나가셨어요. 심지어 덥기까지...
든든한 처가살이를 한 류씨와 손씨 조상님들을 상상하며 즐거웠던 여행이었습니다.
다음에 시간을 내서 해설사 선생님과 좀 더 안쪽 건물들을 둘러봐야겠습니다.
경주 및 포항을 여행할 계획이라면, 양동마을 아주 추천합니다.
'경북 여행 > 경주 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 경주 여행(1) 9월 가을 경주 월성 여행 (1) | 2022.10.06 |
|---|